MB사저 앞 시위 독려할 땐 언제고 뒤늦게 집시법 개정안 낸 민주당

입력 2022-06-05 17:36   수정 2022-06-06 00:33

더불어민주당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를 막기 위해 부랴부랴 법 개정에 들어간 것이다. 전직 대통령 사저 앞과 대기업 본사, 광화문광장 등에서 이뤄진 강도 높은 시위에 직접 참여해온 민주당이 상황이 뒤바뀌자 이제서야 뒤늦게 집시법을 손질하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집회 및 시위 주최자의 준수 사항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인의 명예를 지속적으로 훼손·모욕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악의적 표현으로 청각 등 신체나 정신에 장애를 유발할 정도의 소음을 발생해 신체적 피해를 주는 행위도 금지하도록 했다.

한 의원은 법률안 제안 배경에 대해 “최근 전직 대통령 사저 앞에서 벌어지는 시위로 인해 해당 마을 주민들이 불면증과 환청, 식욕 부진 등을 호소하며 병원 치료를 받는 등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타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는 악성 집회를 제한하고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앞서 이와 비슷한 시위를 독려하고 당 인사들이 시위에 직접 참가한 적도 있다. 2017년 10월부터 4개월간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그의 구속을 촉구한 시위가 대표적이다. 이때 매일같이 열린 시위에선 “쥐XX” 등의 막말도 쏟아져 나왔다. 이 시위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민병두 전 민주당 의원이 방문해 지지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집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반대할 명분이 없어서다. 개정 법안이 시행될 경우 강화된 규제 적용 등으로 대기업 본사 앞, 광화문 등에서 벌어지는 각종 집회·시위도 상당 부분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민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는 집회·시위 행태가 빈번해진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 경찰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친정부 단체의 일탈을 수시로 묵인한 데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많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불법시위 사법처리 건수는 급감했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491건, 512건이던 불법시위 사법처리 건수는 2018년과 2019년 173건과 204건으로 급감했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전국 어디서도 이런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 규제를 정비해 일관성 있는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며 “주택가 가까운 곳에서의 시위, 공연장 근처의 시위, 데시벨 규제를 무시하는 배설형 시위를 눈감아주는 경찰의 행태, 모두 이참에 고치자”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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